50대가 되면서 건강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근육에 관심이 많아집니다.
저 역시 나이가 들수록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접하다 보니, 걷기만 하기보다는 근력운동을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최근 해외 건강·피트니스 분야를 보다 보니 조금 낯선 단어 하나가 자주 눈에 들어왔습니다.
바로 VO₂ max(최대산소섭취량)입니다.
얼마 전 영국 The Independent에서도 아예 ‘VO₂ max-maxxing’이라는 새로운 운동 트렌드를 소개했습니다.
처음에는 운동선수들이나 신경 쓰는 숫자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오히려 40~50대 이후부터 관심을 가져볼 만한 지표였습니다.
근육이 우리 몸을 움직이는 힘이라면, VO₂ max는 그 근육이 움직일 수 있도록 산소를 공급하고 사용하는 능력, 즉 심폐체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이기 때문입니다.
VO₂ max, 도대체 무슨 뜻일까요?
이름부터 어렵습니다.
VO₂ max를 우리말로 하면 최대산소섭취량입니다.

쉽게 말하면,
“내 몸이 가장 힘들게 움직일 때 산소를 얼마나 잘 가져와 사용할 수 있느냐”
를 나타내는 숫자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친구와 함께 계단을 올라갔다고 해보겠습니다.
나는 3층만 올라가도 숨이 차서 말을 하기 어려운데 친구는 5층까지 올라가도 비교적 괜찮습니다.
물론 체중이나 근력, 질환 여부 등 여러 차이가 영향을 주지만 이런 운동능력의 차이에 관여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심폐체력입니다.
우리 몸은 운동할 때
폐에서 산소를 받아들이고 → 심장이 혈액을 보내고 → 혈관을 통해 산소가 이동하고 → 근육이 산소를 사용합니다.
VO₂ max는 이 전체 시스템의 능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숫자입니다.
자동차에 비유하면 조금 더 쉽습니다.
근육이 바퀴와 구동계라면 VO₂ max는 엔진과 산소 공급 시스템의 성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허벅지가 굵고 근육량이 많다고 해서 반드시 심폐체력까지 좋은 것은 아닙니다.
50대부터 근육량만 보면 아쉬운 이유
중년 이후 근육을 지키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의자에서 일어나고, 계단을 오르고, 넘어지지 않고 몸을 지탱하려면 근력과 근육량이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건강을 근육 하나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생활 속에서 이런 경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근력운동은 꾸준히 하는데 조금만 뛰면 숨이 차거나,
등산할 때 다리보다 숨이 먼저 차거나,
빠르게 걸었을 뿐인데 심장이 너무 빨리 뛰는 경우입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심폐체력입니다.

실제로 대규모 연구들을 종합한 2024년 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 논문에서는 심폐체력이 성인의 질병 및 사망 위험과 일관되게 연관되는 중요한 건강지표라고 평가했습니다.
무려 199개 코호트 연구, 2천만 건 이상의 관찰 자료를 종합한 결과입니다.
중요한 것은 여기서도 “VO₂ max가 높으면 무조건 오래 산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운동습관이나 기존 질환, 생활습관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합니다. 다만 심폐체력이 장기적인 건강 상태를 살펴볼 때 꽤 중요한 지표라는 근거가 축적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왜 하필 50대부터 VO₂ max를 알아두면 좋을까요?
VO₂ max는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감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오래된 연구부터 최근 연구까지 방향은 비교적 일관됩니다.
특히 장기간 추적한 Dallas Bed Rest and Training Study에서는 나이가 들면서 최대산소섭취량이 감소했고, 50대 이후 감소가 더욱 두드러지는 모습이 관찰됐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운동량과 건강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50세가 되는 순간 갑자기 떨어진다”고 이해하면 곤란합니다.
중요한 건 나이가 들수록 근육뿐 아니라 심장·폐·혈관·근육이 함께 산소를 이용하는 능력도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50대 건강을 생각한다면
근력 + 근육량 + 심폐체력
세 가지를 함께 보는 것이 훨씬 현실적입니다.
해외에서 갑자기 VO₂ max가 뜨는 이유

사실 VO₂ max는 새로운 개념이 아닙니다.
예전부터 마라톤이나 사이클 같은 지구력 운동선수들이 경기력을 확인하기 위해 사용해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일반인들도 VO₂ max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입니다.
여기에 큰 역할을 한 것이 스마트워치입니다.
예전에는 운동검사실에서 마스크를 쓰고 러닝머신을 뛰어야 알 수 있었던 숫자를 이제는 스마트워치가 심박수와 달리기·걷기 속도 등을 이용해 대략적으로 추정해 보여줍니다.
최근에는 여기에 장수와 건강수명에 대한 관심까지 더해지면서 해외에서 ‘VO₂ max-maxxing’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습니다.
쉽게 풀면,
“내 VO₂ max를 최대한 끌어올려 보자.”
정도의 의미입니다.
예전에는 하루 1만 보나 체중, 체지방률을 확인했다면 이제는 자신의 심폐체력 숫자까지 관리하기 시작한 셈입니다.
VO₂ max가 높으면 정말 오래 살까요?
여기서는 조금 조심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VO₂ max 숫자 하나가 사람의 수명을 결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심폐체력이 좋은 사람들에게서 장기적으로 더 좋은 건강 결과가 나타나는 경향은 상당히 많은 연구에서 관찰됐습니다.
2025년 Journal of Sport and Health Science에 실린 메타분석은 35개 코호트, 약 380만 건의 관찰자료를 분석했습니다.
연구에서는 심폐체력이 1 MET(약 3.5mL/kg/min) 높을 때 전체 사망 위험이 약 14%,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은 약 16% 낮은 연관성을 보였습니다.
다만 이것 역시 중요한 표현은 ‘연관성’입니다.
VO₂ max를 몇 점 올리면 수명이 정확히 몇 년 늘어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오히려 이렇게 받아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심폐체력이 좋다는 것은 우리 몸의 심장·폐·혈관·근육이 운동할 때 비교적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하나의 신호다.

내 VO₂ max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가장 정확한 방법은 병원이나 전문 운동검사기관에서 측정하는 것입니다.
러닝머신이나 실내 자전거를 타면서 운동 강도를 점점 높이고 마스크를 통해 들이마시고 내쉬는 공기를 분석합니다.
결과는 보통
mL/kg/min
단위로 표시됩니다.
하지만 일반인이 건강관리를 위해 매번 이런 검사를 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최근 스마트워치에서도 VO₂ max 또는 심폐체력·유산소 체력 등의 이름으로 추정치를 제공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워치에서 보여주는 숫자는 실제 호흡가스를 측정한 값이 아니라 여러 운동 데이터를 이용한 추정치입니다.
그래서 친구와
“나는 42인데 너는 39네.”
하며 숫자를 비교하기보다는,
내 수치가 몇 달 동안 좋아지고 있는지, 떨어지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용도로 활용하는 편이 낫습니다.
숫자보다 더 쉬운 방법도 있습니다
VO₂ max라는 말을 몰라도 우리는 이미 일상에서 심폐체력의 변화를 어느 정도 느끼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산책하던 언덕을 쉽게 올라갔는데 요즘 유난히 숨이 찬다거나,
같은 속도로 걷는데 심장이 훨씬 빨리 뛰거나,
계단을 몇 층 올라간 뒤 숨을 고르는 시간이 길어졌다면 체력 변화를 느껴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꾸준히 걷고 뛰었더니 예전에는 숨이 찼던 언덕을 조금 더 편하게 올라간다면 이것 역시 좋은 변화입니다.
그래서 일반인에게 VO₂ max의 의미는 숫자 경쟁보다 ‘예전보다 덜 숨차게 움직일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것’에 더 가깝습니다.
VO₂ max를 높이려면 무조건 뛰어야 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빠르게 걷기, 달리기, 자전거, 수영처럼 심박수를 적절히 올리는 유산소 운동이 심폐체력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최근 해외에서 특히 많이 언급되는 방법 중 하나가 노르웨이식 4×4 인터벌 운동입니다.
방법 자체는 단순합니다.
4분간 강하게 운동하고 → 회복하고 → 다시 4분 운동하는 과정을 4번 반복하는 방식입니다.
실제로 고강도 인터벌 훈련을 이용한 연구에서는 VO₂ max가 향상되는 결과가 보고돼 왔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50대가 VO₂ max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고 다음 날부터 무작정 고강도 4×4 달리기를 시작할 필요는 없습니다.
특히 평소 운동을 하지 않았거나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이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건강상태와 체력에 맞춰 운동 강도를 결정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처음에는 빠르게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운동 강도를 만들 수 있습니다.
50대라면 결국 ‘걷기 + 근력 + 숨이 차는 운동’
저는 VO₂ max를 살펴보면서 이 부분이 가장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50대 건강을 위해
걷기만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근육만 키우면 되는 것도 아닙니다.
각 운동이 담당하는 역할이 조금씩 다릅니다.
| 운동 | 주로 기대할 수 있는 부분 |
|---|---|
| 걷기 | 활동량 유지, 기본적인 유산소 활동 |
| 빠른 걷기·달리기·자전거 | 심폐체력 향상 |
| 스쿼트·웨이트 등 근력운동 | 근력과 근육 유지 |
| 균형 운동 | 낙상 예방과 움직임 유지 |
결국 중년 이후에는 근육을 지키면서 심폐체력도 함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헬스장에서 무거운 것을 드는 능력도 필요하지만, 여행을 가서 언덕을 걷고 계단을 올라가도 쉽게 지치지 않는 체력 역시 우리가 원하는 건강한 노후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VO₂ max 숫자에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습니다
새로운 건강지표가 유행하면 숫자가 목표가 되기 쉽습니다.
체중 70kg, 체지방 20%, 하루 1만 보처럼 말입니다.
VO₂ max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스마트워치에서 보여주는 숫자가 조금 떨어졌다고 해서 갑자기 건강이 나빠졌다고 판단할 필요는 없습니다.
기기와 측정 조건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운동 종류나 환경에 따라서도 추정값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VO₂ max를 성적표라기보다는 체력의 방향을 보여주는 숫자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고 봅니다.
지난해보다 올해 계단 오르기가 힘들어진다면 한 번쯤 내 심폐체력도 돌아보고,
반대로 꾸준히 운동하면서 같은 언덕이 덜 힘들어졌다면 그것 역시 의미 있는 변화입니다.
마무리
50대 이후 건강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근육부터 떠올립니다.
물론 근육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근육이 있어도 산소를 공급하고 사용하는 능력이 떨어지면 오래 걷고 뛰고 계단을 오르는 일은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 해외에서 VO₂ max가 주목받는 이유도 단순히 새로운 운동 유행 때문만은 아닙니다.
얼마나 근육이 많은가와 함께, 그 몸을 얼마나 오래 움직일 수 있는가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50대부터는 몸무게와 근육량만 확인하기보다 가끔은 이런 질문도 해볼 만합니다.
“나는 작년보다 같은 계단을 조금 더 편하게 올라가고 있는가?”
어쩌면 일반인에게는 스마트워치에 표시된 VO₂ max 숫자보다 이 질문이 훨씬 이해하기 쉬운 심폐체력 검사일지도 모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VO₂ max가 높을수록 무조건 건강한가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심폐체력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이지만 혈압, 혈당, 근력, 체성분, 질환 여부 등 다른 건강 요소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Q. 50대부터 VO₂ max 검사를 꼭 받아야 하나요?
대부분의 건강한 일반인이 반드시 전문검사를 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평소 운동능력의 변화나 스마트워치의 장기적인 추세를 참고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Q. 걷기만 해도 VO₂ max가 좋아질 수 있나요?
현재 체력이 낮은 사람에게는 빠르게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운동 자극이 될 수 있습니다. 체력이 좋아질수록 운동 강도를 점진적으로 조절할 필요가 있습니다.
Q. 근력운동과 유산소운동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요?
둘 중 하나를 고르기보다 함께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근력운동은 근육과 힘을 유지하고, 유산소운동은 심폐체력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Q. 스마트워치 VO₂ max는 믿을 만한가요?
전문 검사실의 직접 측정과 동일하지 않은 추정값입니다. 절대적인 숫자보다는 같은 기기를 사용하면서 장기간 변화 방향을 관찰하는 자료로 활용하는 편이 좋습니다.
참고자료
- Lang J.J. et al. (2024), Cardiorespiratory fitness is a strong and consistent predictor of morbidity and mortality among adults, 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 DOI: 10.1136/bjsports-2023-107849
- Singh B. et al. (2025), Comparison of objectively measured and estimated cardiorespiratory fitness to predict all-cause and cardiovascular disease mortality in adults, Journal of Sport and Health Science. DOI: 10.1016/j.jshs.2024.100986
- McGavock J.M. et al., A Forty-Year Follow-Up of the Dallas Bed Rest and Training Study, Circulation.



